종종 학위논문의 마지막 쯤에 들어갈, 이 “감사의 글”을 쓰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어떤 기분으로 써야할지를 떠올리다보면 논문 쓸 때 들던 우울한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도 한몫 했을지 모릅니다. 이 지난한 박사과정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없었다고 하면 그 역시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힘든 여정을 지내오며 감사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긴, 어쩌면 짧은, 4년하고도 6개월을 돌아보자면 감사할 일들은 끝도 없을테고, 그걸 몇 장의 종이에 간추려 옮기는 건 아마 이 학위논문을 쓰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게 아마도 박사과정의 가장 어려운 마지막 과제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지도교수인 이중식 선생님이 말하기를, 졸업할 때쯤 되면, 자신의 삼분지일은 지도교수, 그 다음 삼분지일은 그를 길러준 학교, 그리고 마지막 삼분지일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저를 구성하는 그 세 가지 측면을 곰곰이 둘러보면 감사하는 일에도 조금은 윤곽이 잡히는 듯 합니다.
가장 먼저, 저를 지난 6.5년간 지도해주신 이중식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나긴 두 개의 학위과정—석사와 박사—을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선생님과 함께한 덕분이지요. 선생님 덕분에 광교의 D동 409호에 발을 딛던 첫날부터 신림동 어느 작은 방에서 이 과정을 끝내기까지 저는 연구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되, 걱정은 조금 덜어놓고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저의 지도교수이시면서 합이 가장 잘 맞는 연구 파트너이셨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어른 중 한 분이시기도 했고요. 떠오르는 기억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주 어느 바다에서 항해를 하다 길을 잃었던 해가 뜨겁던 여름날, 지구당 가로수길에서 규동을 먹으며 박사과정의 길을 조용히 이야기하던 순간, 분당병원에서 서러운 이야기를 하며 울먹거리며 내 편을 들어달라고 우기던 어떤 기억, 수업 조교를 하고 샤로수길 언저리를 걸으며 연구실의 중요한 이야기를 하던 시간, 미국으로 가라고 등을 떠밀며 필요한 걸 말해보라고 하던 어떤 늦은 봄날, 시애틀로 떠나기 전날쯤 지킴이 최종 발표를 하고 서울 중구 어느 건물 앞에서 몇 가지 당부를 하던 손. 그런 많은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이 모든 인생의 귀중한 순간을 선생님과 함께 보낼 수 있었어서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논문 심사위원을 맡아주신 김정훈 교수님, 서봉원 교수님, 이준환 교수님, 신수용 교수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이 연구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주신 김정훈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2014년 10월에 분당서울대병원 지하 회의실에서 처음 뵈었을 때가 제가 석사 4학기 학생이었는데요. 그때로부터 시작된 건강지킴이 과제로 이렇게 박사 학위논문을 쓰게 되다니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언제나 의료인의로서의 열정과 길을 보여주시고, 항상 저와 저희 연구원들의 입장을 헤아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함께 해주셔서 항상 저희 연구가 빛이 났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여정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심사위원장을 맡아주신 서봉원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2013년도 9월에 대학원 입학할 때, 선생님께서도 부임을 하셨고, 이중식 선생님께서 안식년을 떠나시게 되어, 사실상 선생님께서 근 1년간 제 지도교수 역할을 겸해주셨던 기억이 있어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악에서 수업을 마치고 밤늦게까지 한줄한줄 논문을 봐주시던 기억, 급한 제안서 작업 때문에 새벽 네 시에 전화를 드려도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바로 달려와 주시던 기억, 관악 캠퍼스에서 수업을 마치고 따뜻한 저녁 한 끼 사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종종 떠오릅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 삼아, 재밌는 연구도 하고 페이퍼도 열심히 쓰며 생산적인 박사과정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몇 번이고 찾아가 여쭈어 볼 때마다 상냥하고 친절하게, 조곤조곤 지도 말씀해주신 이준환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외부에 계셔서 심사 때마다 번거로우셨을텐데, 언제나 웃는 얼굴로 중요한 지점들에 대해 지도해주신 신수용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연구를 함께 해준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정보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허은영 선생님, 유수영 교수님, 유보림 선생님, 그리고 의료정보팀의 모든 분들이 계셨기에 이 훌륭한 연구를 재미있게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연구실을 졸업하여 각자의 길을 너무 훌륭하게 걷고 있는, 지킴이 팀을 거쳐간 열 세명의 석사 후배들, 현진, 현수, 혁진, 현정, 주은, 누리, 아주, 상규, 종묵, 수경, 준한, 병준, 슬기와 열 두명의 인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 연구를 결코 잘 해낼 수 없었겠지요. 서투르고 미숙하여 혼란스러웠던 저의 시간을 잘 견뎌준 여러분들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사과정을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보낸 만큼 우리 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 전공의 여러 교수님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이원종 교수님, 이교구 교수님, 권가진 교수님, 그리고 지금은 사과 장사를 하고 계시는 강남준 (전) 교수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운이 좋아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밖의 많은 분들과도 일하며 배울 기회가 많았습니다. 벌써 두 개의 프로젝트와 페이퍼를 함께 하며 항상 제게 가르침을 주시고 계신 최은경 교수님, 새로운 시각으로 재밌는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신 Ivan Sunghoon Lee 교수님과 정희태 박사님, 즐겁고 재밌게 논문 쓸 수 있다는 걸 몸소 가르쳐주신 이진하 교수님, 존중과 배려를 통한 연구를 알려준 Wanda Pratt 교수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사용자경험 연구실에서 저와 시간을 함께 보낸 선후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석사시절부터 함께 고생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 현진 오빠와 제환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몇 년간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영어 교정부터 시작해 항상 도움을 준 민준이에게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특히 같이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하며 소중한 인사이트를 나눠주고,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후배이자 소중한 친구들인 현정과 누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전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저의 가장 소중한 선배이자 언니인 지숙영 언니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언젠가는 하고 싶었습니다.
이 연구 커뮤니티 안과 밖에서 있지만 저를 늘 응원해준 제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 대학원생의 길을 걸으며 서로 격려해왔던 앱이로드 멤버들, 나영, 양지, 의훈, 해찬, 언제 어떻게 운명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 시절부터 늘 나의 길을 응원해준 승범, 종종 만나 우리의 삶이 이렇게 바뀌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었던 소영과 준경, 늘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용기를 준 선헌과 나라,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가장 잘하고 있으면서 항상 내게 대단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던 상재, 알게 된 시간은 짧았지만 언제나 잘할 수 있다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일깨워주며 힘을 주었던 혜림 언니, 시애틀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힘든 시간을 함께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Sonu Mishra와 Shefali Haldar, Yiran Zhao,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격려로 저를 북돋아주었던 Shaan Shahabuddin, 시애틀에서 외로웠던 나의 고민과 푸념을 들어주며 이해해줬던 지현, 석사부터 동기로 지내오면서 같은 단계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해왔던 소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서로를 응원하며 지내온 박사 동기 승연과 사라 언니, 미우나 고우나 어쨌든 지난 몇 년간 융대원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 했던 창훈오빠까지, 모두에게 정말로 너무나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지지가 있었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무한하고 조건없는 사랑과 믿음, 지원을 보여주신 우리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부모님, 언니, 그리고 동생이 보여준 사랑과 믿음, 지원 덕분에, 언제 어디에서든 당당하고 자신있게 연구하고, 그 과정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재미있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신 우리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드립니다. 그 말을 가슴에 품고 즐기면서 지내려고 많이 노력한 덕에, 아마도 여기까지 힘들지 않게 올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이고, 연구자이며, 동반자인 태영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기나긴 학위 과정 동안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나서서 도와주고, 때로는 학문적인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던 헌신에 언제나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환하게 빛나던 순간과 가장 어두웠던 순간까지도 함께 해주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준 까닭에 그 무엇도 두렵다고 생각한 적 없이 이 긴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 연말의 시상식처럼 하나하나 말씀드리자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감사한 분들을 생각하자니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을 쓰기 전에는 졸업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와보니 마지막을 맺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오히려 분명하네요. 이건 “감사의 글”이니 마지막으로 할 말은 명확하겠지요.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